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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일지/잉글랜드

58. 영국의 인종주의 및 대처요령

by 달토끼남편 200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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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황화(黃禍, Yellow Peril)론이 있습니다. 19세기 독일의 빌헬름 2세가 동양인의 힘이 커지면 과거의 징기스칸처럼 서양인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는 당시로서는 일본을 견제할 목적으로 주장한 것인데, 아직까지도 일부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국에도 분명 인종주의(racism)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인들에 대해 깔보는 것처럼 영국인들도(특히 10~20대) 동양인들에 대해 조금 무시(두려움인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일처럼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습니다. 독일 연수생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아직도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유색인종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높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영국에서 겪었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영국에 간 다음 주에 다른 학교로 떠나는 한국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타지에서 그래도 몇 안되는 한국 학생이라고 같이 점심이나 하자고 시내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를 타고 가던 영국 젊은이들이 차 안에서 마구 욕을 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어도 분명 욕임에는 틀림이 없었죠.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속도를 줄이고 막 지나가려는 그 차로 달려가 운전자의 창문에 대고 "Fxxx you" 하면 가운데 손가락을 쭉 내밀어 보여주었죠.


상대방 영국 젊은이도 갑작스러운 제 행동에 당황을 했는지 급하게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국에 도착한지 불과 이틀째 되던 날 그런 황당한 일을 당했으니 열받을 일이었습니다.


그러자, 같이 있던 다른 학생들이 그럴 때는 그저 모른 척하고 피하는 것이 제일 상책이라고 하더군요.

가끔가다 철없는 10대들이 욕을 하며 지나갈 때도 있지만 어차피 시비가 붙어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으니 그냥 모른 척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양인들은 다 태권도나 카라테같은 무술(Martial art)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다가와 손찌검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죠.


또 한번은 같이 하숙을 하던 일본 여학생과 집 근처 편의점 앞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자꾸 따끔따끔 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벌레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갑자기 여학생이 소리를 지르더군요. 깜짝 놀라 보니 무언가에 맞은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편의점 윗층에서 어린 10대가 작은 돌 알갱이를 던졌다는 것을 알았죠. 저만 있었으면 몰라도 여학생까지 그런 일을 당하자 순간 또 화가 나서 그 10대 녀석과 잠시 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 녀석은 이내 창문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황한 일본
여학생은 계속 참으라며 말렸죠. (참을게 따로 있지...--+)


아마 그 사건도 영국 간지 한 두달 안되었을 때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앞서 처음 욕을 듣고난 뒤로는 한동안 호신용으로 Swiss Army knife를 뒷주머니에 가지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있던 동네는 그 흔한 파출소도 하나 없었을 뿐더러 밤이면 매우 적막한 곳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친구들과 Pub에서 술 한잔 하고 조금 멀리사는 일본 여학생들을 집까지 바래다 줄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가지고 다녔죠. 물론 매우 안전한 곳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호스트 패밀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보통 제가 있던 곳에서는 첫 날 공항에 도착해서 홈스테이까지 택시로 Pick up을 해서 오게 되는데 예전 택시 회사의 한 드라이버가 일본 여학생을 픽업하면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못했고, 나중에 일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다시 호스트 패밀리에게까지 알려져서 결국엔 그 드라이버는 경찰 조사를 받고, 그 택시 회사와는 픽업 서비스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택시
회사로 바꿨다는...


또 하나는 노팅엄(Nottingham)으로 학교를 옮긴 다른 일본 여학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날 길거리를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데 영국인들이 마구 욕을 하며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다른 날 또 다른 친구는 소지품을 뺏겼다고도 하구요.


이처럼 영국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만큼 분명 범죄가 있는 나라고, 경우에 따라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드문 일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나에게 전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영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그렇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또, 영국인들과 주먹다짐을 했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인종적인 편견이 심한 것도 아니구요.


그러나 아주 가끔 철없는 10대들이 길거리에서 욕을 하거나, 멀리서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그저 태연하게 무시하는게 제일 상책입니다.


또,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따끔하게 "I think you're too young to smoke, aren't you?" 하는 식으로 한 마디해서 돌려보내는 것이 좋죠. 괜히 말 받아주고 아는 척했다가는 아주 귀챦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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