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국 이야기를 잠시 접고 영어 공부해야겠다고 굳게 맘먹었던 계기 중의 하나였던 미국 출장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 (여기서 사용되는 영문장은 마구잡이식이니 이해하시길...)
3년 전에 미국에서 열리는 한 전시회를 참관하기 위해 직원 5명이 파견되었습니다.
그 중 3명이 1차로 출국하고, 저와 다른 직원이었던 C 대리가 함께 2차로 출국하게 되었죠.
1조는 미국유학파 O이사님과 호주유학파 K 대리등 영어를 다들 잘하는 직원들이었습니다.
당시 C 대리는 해외는 처음 나가는 것이었고, 저 역시 미국은 초행길로 둘다 들뜬 마음으로 뉴욕 JFK 공항에 내렸습니다. 저의 첫 마디는 "와~ 미국 사람 정말 많다~~ " ^^
최종 목적지인 뉴올리언즈에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청사로 이동을 해야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습니다. 영어 한마디도 변변챦게 못하는 제가 내리는 곳을 잘 몰라 헤매는 유태인(?) 노부부한테까지 안내를 할 정도였으니... (아주 심플 영어 not here...)
국내선 청사로 와서 발권을 하기 위해 항공사로 가서 티켓을 내밀었습니다. 머리가 곱슬곱슬한 전형적인 흑인 여직원이었는데 잠시 콘솔을 두들겨 보더니 "there is no your name on the list." 하는 것이 아닙니까?
허거걱...이게 무슨 소리?
C 대리 이름으로 2좌석이 예약이 되어 있어야 정상인데, C 대리 이름이 리스트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희는 당황을 했고, "please check again..." 저의 짧은 한 마디.
다시 이것저것 타이핑해보던 그 여직원은
"sorry, I can't find your name. who reserved tickets?"
"hmm...ah...my colleague in Korea...she reserved...something wrong...please help me."
떠듬떠듬...사실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그렇게 애걸복걸을 하니 대기자명단에 우선 올려놓을테니 탑승 시간에 맞춰 가보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참...대충 알아들은 것도 신기합니다.)
그 순간부터 탑승시간까지 약 4시간은 정말 지옥같았습니다.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야하고, 우린 뉴올리언즈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야하는데...우째 이런 일이...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 도움을 청할만한 곳도 없고, 머리 까만 동양사람도 안보이고.
당시 C 대리는 정말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제가 삐질삐질 땀흘려가며 얘기를 할 때도 옆에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서있기만 했는데, 그 친구 심정은 또 오죽했겠습니까...
우린 일단 빈 좌석이 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는데, 탑승시간이 되어 탑승객들이 계속 비행기에 오르는데도 우리 이름은 부를 생각도 않는겁니다. 탑승이 모두 끝나자 겨우 직원한테 말을 걸 수가 있었습니다.
"we have problem...I don't know why...our names are not here...please help me..."
저는 연신 헬프 미만을 외쳐댔고, 그 때 비행기에서 내리는 또 다른 한국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도 뉴올리언즈까지 가야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인원이 초과되어 쫓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보단 영어를 잘했으니까...-_-;;
비행기가 출발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런데 TWA 여직원이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우리를 데리고 청사 밖 택시 정류장에 가서는 터키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한 대 잡고 New Wark 공항까지 데려다주라며 택시비까지 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지만 저와 C 대리는 계속 thank you를 외쳤고, 그렇게 3명의 한국인은 결국엔 뉴올리언즈행 제트기에 올라탈 수 있었고, 예정보다 3시간 정도나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뉴올리언즈에서 저희를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던 다른 직원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죠.
서로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무슨 영문인줄도 모르고 마냥 기다려야 했으니...
드디어 짐도 찾고, 출구를 빠져나와 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악몽같던 시간도 지나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호텔로 향하는 렌트카 안에서 식은 피자를 콜라도 없이 꾸역꾸역 먹었던 생각이 아직도 납니다. (아, 눈물 젖은 빵이여...T.T)
정말이지 말이 안통한다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짧은 영어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하긴 했지만, 우리가 의당 받아야 할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속터지는 일이었습니다.
그 날의 사건 이후로 문화적 충격을 받은 C 대리는 귀국 후 당장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었다고 나중에 고백을 하더군요. (얼마 못 갔지만...^^)
저 역시 그 날의 일들이 가끔씩 생각나서 느슨한 마음을 추스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만약 지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그 때처럼 그렇게 당황하진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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