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K 공항 사건에 이어 정말로 영어공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때가 또 있었습니다.
JFK 공항 사건의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지(어쨌든 살아남았으니...^^) 귀국해서도 마음만 있었지 늘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있었죠.
벌써 2년전 쯤인가? 마케팅부에서 과장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벤처기업이었고, 창업멤버다 보니 직급도 조금 높은 편이었고 그만큼 책임질 일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외국기업들과의 컨택이었죠.
하지만, 제 영어실력이라는 것이 읽을 줄은 알아도 전화통화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는데 해외영업은 얼토당토 않은 일이었죠. ^^;
당연히(?) 해외유학파의 젊은 여자 과장이 있었고, 부하직원 중에도 역시 유학파의 여직원이 한 명 있었습니다. 늘 해외기업과의 전화통화 시에는 부하 여직원을 중간에 끼고 대화를 주고받는 일도 많았고, 더군다나 간단한 이메일 하나를 보내려고 할 때도 다른 과장이나 그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물론 대충 문장은 작성하고 매끄럽게 다듬어달라는 부탁이었죠. ^^)
이러니 솔직히 답답한 것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물론 해외영업이 제가 맡은 업무는 아니었지만 벤처기업이라는 특성 상 또 일을 하다보면 직급상 해외 바이어들과의 자리에도 참석을 해야했는데 늘 꿀먹은 벙어리마냥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남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새로 뽑은 신입사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사내 프리젠테이션을 시켰는데 아 글쎄...이 넘이 자료도 영어로 작성하고 발표도 유창한 영어로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그 넘 다시 보게되었죠. 물론 평소에도 성실하고 싹싹하게 일을 잘 하는 친구라 귀염을 많이 주고 있었는데 영어실력까지 좋다니...--;;
물론 제가 가진 업무에 대한 노우하우나 기술에 대한 지식 등은 당시 타의추종(? :p)을 불허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당장 제 자리를 위협할 만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몸으로 느꼈죠...아...이래선 안되겠구나...명색히 과장인데, 영문 이메일 하나 제대로 못써서 늘 부하직원한테 시키고, 일못해도 영어 하나 잘 하면 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회사 옮길 때도 쉽게 쉽게 옮겨다니니...나도 지금부터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챦게 사석에서 "에이씨...어학연수나 가버릴까..."라고 내뱉었던 말 한마디가 씨가 되어서 결국엔 회사를 그만두고 어학연수를 가게되었던 겁니다.
물론 당시 주변의 여러 상황들도 복합적 요인이 되긴 했지만, 내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못 올 기회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하지 못하면 아마 죽어도 하지 못할 것 같았죠.
그럼 지금은 어떠냐구요?
물론 지금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2~3년은 살아야겠더군요. --;;)
그러나, 적어도 영문 이메일을 쓰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고 또, 해외영업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전화통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비록 원래 목표의 반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낭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이었고, 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전기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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