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였던 것 같습니다. --a
SKT에서 017을 합병하고 난 뒤에 라이코스 등의 포털을 합친 새로운 포털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제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도 일부분 참여를 했었습니다.
SKT와는 모바일 웹브라우저의 개발 등에도 제가 관여하고 있던터라(마케팅 책임자로서) 저희 회사의 PM은 제 담당이었고, 종로에 있는 SKT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습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종로 대로에 합류를 하려면 반드시 버스전용차로를 거쳐야 하는데, 꼭 전용차선 위반이라고 딱지가 몇 번이나 날라와서 얼마나 성질이 나던지...)
뭐 늘 그렇지만, SKT 웹팀에선 아무래도 신기술을 선보이고 싶어 했고, 당시 저희 회사에서는 3D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던터라 그와 관련된 기술을 접목하려고 했습니다.
아마도 오피스 2000을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멍멍이 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항상 대기를 하고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걸 뭐라고 하더라...용어는 잊어버렸는데, SKT와 저희 회사에서는 그것을 3차원으로 렌더링한 캐릭터로 바꿔 네이트닷컴의 웹 페이지 상에서 떠다니면서 도우미처럼 간단하게 네티즌들과 이것저것 묻고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뭐 저희가 생각하는 진정한 3D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MS의 그런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협력회사에 캐릭터 제작을 의뢰했고, 당시에는 성우의 목소리까지 입혀서 동작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캐릭터였습니다.
기존에 협력회사에서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은 좀 귀엽고 그런 것들 뿐이라 네이트닷컴이 지향하고 있던 미래지향적인 것과는 어울리지 않았던터라 SKT 실무자가 계속 퇴짜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네이트닷컴 론칭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것도 마음에 안든다, 저 캐릭터도 마음에 안든다 계속 퇴짜를 놓으니..이거야 원.
그래서, 실무자가 원하는 바를 가장 잘아는 것은 저였던 만큼 궁여지책으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제가 직접 손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인의 헬멧을 모티브로 한 둥글둥글하면서도 안테나도 있고, 미래지향적인 귀여운 로봇의 모양이었죠.
그것을 스캔해서는 SKT 담당자에게 보냈습니다...물론 디자이너가 스케치한 것이라고 속여서 말이죠.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재현한 캐릭터.
마우스로 클릭하면 프로펠라가 돌아가며 화면 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왠걸...다음 날 SKT 실무자한테서 OK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였다고 말이죠.
실무자를 만나서는... "봐라, 이 캐릭터를 가지고 LGT 홀맨처럼(당시 홀맨이 TV 광고에 나오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상품 만들어서 SKT도 부가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등등...마음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속 진행되도록 설득을 시켰습니다.
결국 제가 스케치했던 디자인을 협력회사로 넘겨서 3D 모델로 렌더링해서 네이트닷컴 론칭 때 띄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네티즌들의 불만사항이 고객센터로 전화까지 걸려오게끔 만들었습니다.
해당 캐릭터를 설치했더니 다음에 브라우저가 다운이 되어버린다 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역시나 브라우저 호환성이 문제였습니다.
아...아쉽지만, 해당 3D 캐릭터는 론칭 후 얼마 뒤 사이트에서 내려야만 했습니다.
결국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호환성이 해결되고 서비스가 안정적이었다면 네이트닷컴의 대표 아이콘이나 캐릭터로 성장해서 원소스 멀티유즈를 통해 캐릭터 사업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죠...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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