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교수였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대학다닐 때 공대 후배들에게 늘 하던 얘기가 경영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이었다.
후배들 보면 항상 전공서적이나 들여다 보고 있지 마케팅 등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관심사의 차이일 수는 있다.)
평생 월급쟁이로만 산다면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IMF 이후 종신고용을 보장한다거나 평생직장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사라진지 오래고, 조금만 오래 다녀도 구조조정 1호가 되기 십상아닌가?
맨날 전자기판이나 들여다보고 있고, 소스코드에서 열심히 버그나 찾고, 전선 잇고 하는...어쩌면 마이크로 세상에서 사는 이들이 공대생들 아닐까 싶다.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고, 열린 마음을 가지면 매크로 세계가 펼쳐져 있는데 말이다.
전공에 맞는 정교함과 섬세함, 그리고 경영을 위한 직관력과 대범함을 가진 공대생이라면 꼭 기업에 취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을텐데...
물론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경영과 실전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가 처한 현실과도 다르고,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일일이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저 체득하는 수 밖에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영기법이 아니라, 회사를 움직이는 경영 마인드이다.
내 머릿 속에 PCB 기판이나 프로그램 소스코드 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을 조화롭게 결합시켜서 적당한 가격(price)으로 하나의 상품(product)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그것들을 잘 포장해서(promotion) 그것이 필요로 하는 시장에 내놓고(place) 팔게끔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하지만 공대생들에게 부족한 것이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하는 능력이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도 자기 사업하는 것을 오히려 더 꿈꾸고 나라에서도 장려하고 한다더라. (물론 IT를 말아먹고, 땅파기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책적 구조 상 뒷받침이 안되는 것도 있다.)
막말로 상대나 법대 나와서 기술 좋은 공대생을 직원으로 뽑아 회사를 운영한다면 늘 공대생은 말 그대로 사장 핫바지 역할로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고 했던가?
공대생들아 왜 남 좋은 일만 해주면서 사냐.
내가 그 좋은 기술로 내 사업차려서 떵떵 소리치며 내가 주인행세 하면 되지.
그러나, 여기서 다시한번 들여다보면 공대생들은 항상 시야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기판 들여다보고, 소소코드에서 버그 찾고, 마이크로미터를 다투는 정밀가공하고 하다 보니 쫌스럽고, 기업경영을 위한 결단력, 대범함 등이 부족하다.
그러니 공대생들도 꼭 경영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 기술이 단지 신기술이고 좋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상용화, 상업화해서 돈을 벌 수 있는지도 같이 고민해야 더 좋은 기술과 제품이 나오는 것이다.
난다 긴다하는 최신기술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쓰기 불편하다면 그건 그냥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데, 무조건 신기술이다라고만 떠들어대는 홍보문구들이 아직도 많다.
프로그래머들하고 일하다보면 고집세고, 신기술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쓰기 편하고 쉬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는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다.
쓰기 쉽도록 만드는 것도 디버그 못지 않게 결국엔 A/S를 줄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영기법인데, 월급쟁이로 만족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공대출신은 늘 월급쟁이로 남아 상대나 법대 등 인문대 출신보다 사회적 지위로 볼 때 밑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이공계진학을 기피하기도 한다.
이건 뭘까???
그 놈의 뿌리깊은 사농공상의 유교때문인가?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모두 공대출신이고 훌륭한 CEO가 되어 세계를 호령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공대출신의 CEO를 찾기가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의대를 나와 S/W기업을 운영하고, MBA를 수료해서 카이스트에서 공대생을 대상으로 경영을 가르친다는 것이야 말로 환상의 궁합이고 좋은 롤모델이 아닐까 싶다.
안철수 교수가 왜 공대생들에게 경영을 가르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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