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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까는 기계? 고동까는 기계도 있었다

by 달토끼남편 2009. 2. 25.
우연히 세바시(2)-땅콩까기 기계의 기적 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읽다보니 학부시절에 설계(?)했던 고동까는 기계가 생각났다.

어느 날 프로젝트를 도와드리며 알바를 하고 있던 지도교수님의 호출이 있었다.
어느 어촌에 계신 분인데 연락이 와서 고동까는 기계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단다.

우리가 맛있게 쪽쪽 빨아먹는 이 고동은 그 끝을 따줘야지만 입으로 빨았을 때 쏙 내용물이 빠져나온다.
근데 이 끝을 니퍼같은 것으로 아주머니들이 일일이 다 까주는데 일이 넘 힘들어서 자동화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와...고동까는 기계라...교수님은 그 말만 남기시곤 홀연히...-_-;


<이미지 출처 : http://mindlog.kr>


모양은 위 사진과 같다.
게다가 크기도 무척이나 작다.
저걸 어떻게 끝만 톡 잘라내나???

함께 교수님 프로젝트를 돕던 후배와 논의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체인같은 것이면 크기가 맞지 않을까?
깔때기를 만들고 그 속에 고동을 부으면 컨베이어벨트처럼 회전하는 체인의 구멍 위로 하나씩 떨어지게 하고 밑에서는 회전형 커터로 잘라내버린다...물론 회전커터에 의해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고무벨트같은 것으로 위에서 눌러준다.
대충 개념은 그랬다.

지금도 그렇지만 잘 다루지 못하는 소프트웨어가 CAD 프로그램이었기에 CAD 잘 하는 후배를 불러 대충 그린 도면을 보고 정식 설계도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청계천 골목 등을 돌아다니며 제작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정확히 제작은 가능한 것인지 제작단가는 얼마나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한편으론 구로동 공구상가들을 돌며 고동 밑둥을 자를 만한 얇은 회전커터를 찾아다녔던 기억도 난다.

얼마나 그 일을 가지고 매달렸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만든 설계도를 교수님께 드리긴 했는데 과연 전달은 됐는지, 실제 그게 작동이나 가능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 봐도 어설프기만 하다.

만약 그게 개선 등을 통해 실제 제작이 됐고, 현장에서 쓰였다면 그것처럼 기쁜 일이 없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