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가 마지막 형장으로 가는 길을 그린마일이라고 한다죠?
드라마나 영화같은데 보면 형장으로 가며 눈부신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그런 장면이 사형수가 보는 마지막 이승의 기억일텐데...
어제 문득 내가 죽는다면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살짜리 큰조카와 이제 3살짜리 막내조카가 날 때부터 지금까지 찍어둔 사진들을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면서 한번 쭉 훓어봤는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조카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간다면 그리 아쉬울 것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미혼이니...)
장난기어린 표정에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조카들의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하고, 이대로 세상을 등진다고 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포로 다가옵니다.
늘 함께 내 곁에 있어주실 것만 같았던 부모님도 내가 나이가 들 수록, 점점 야위어 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헤어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문득 문득 깨닫게 됩니다. (물론 아직 현실로 와닿지는 않죠.)
죽음 저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에 더욱 경외심과 공포심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미지와 무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사람은 항상 두려워 하죠.
요즘같은 때라면 별 미련없이 훌훌 털고 세상을 등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부모님, 형제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아른거리는 조카들의 모습에 마음을 추스리게 됩니다.
예전 외삼촌께서 북파공작원같은 특수부대에 근무하실 때(정확히 어떤 부대였는지는 늘 함구 하시더군요.) 너무 힘들어 몇 번이고 자살충동을 느꼈지만 그 때마다 어린 저와 사촌동생의 사진을 보며 참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것이 사랑이고, 가족의 힘이구나...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한 곳일까요?
왠지 우울한 기분에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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