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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

스틱 처음 몰던 날...

by 달토끼남편 2009. 7. 10.
면허딴게 95년인데, 이래뵈도 주행시험 만점받아서 나올 때 철조망 주위로 둘러싼 수험생들의 부러운 시선과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걸어나왔습니다. (당시엔 필기, 코스, 주행 3개 시험만 보면 됐죠.)

운전면허 학원 다닌지 한 20일쯤 되었을 때였는데, 주행시험은 연습삼아 한번 해보자 하고 마음 편히 했던 것이 오히려 만점을 받은 것이지요.

어쨌거나, 그 후론 스틱차량을 몰 일이 전혀 NEVER 없었습니다.
97~98년도 쯤에 처음 차를 몰아본게 대우 에스페로였는데 그것도 오토였고, 첫 주행이 시내도 아닌 고속도로였죠. (차라리 쉽더군요...쭉 직진만 하면 되니까.)
2000년에 산 리오도 오토였고, 당시 회사차량도 산타페 오토였고...

(고속도로에서 첫 주행을 마스터했던 대우 에스페로. 
핸드브레이크 걸어놓고 꽤 달렸다. 어쩐지 잘 안나가더라. 
나중에 차주인이 라이닝 갈았다는 소문만...)

(나의 첫 애마 기아 리오. 대형 사고 두어번 치렀었는데...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그러다 2004년 쯤인가?
회사다니면서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예술의전당을 갈 일이 생겼는데, 회사에 스타렉스와 직원이 몰고 다니던 티코 이렇게 2대 차량이 있었는데 둘다 스틱이었고 사장이 티코를 타고 한번 나가보라는 겁니다.

면허는 스틱이지만 몰아본 적이 없는데요...
이 기회에 한번 해보는거지뭐. 여기서 20분도 안걸려.
흠...그래요? 그럼 한번...

차가 구려서 그랬을까요? 아님 죽을 일 없을거라고 생각해서 였을까요?
처음 몰아본다는데도 그냥 키를 주더군요. (나중에 스타렉스를 몰게 할 요량으로 시킨 일이었죠.)

그렇게 처음으로 스틱을 몰 기회가 생겼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걸기 전에 클러치와 브레이크, 액셀 밟는 것을(아시죠? 발 바꾸며 사사삭) 열심히 연습한 뒤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오마이갓...액셀의 감이 없다보니...살짝 밟았다 생각했는데도 그냥 튕겨나가더군요.


그럭저럭 기어변속하면서 (에어컨도 잘 안나와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가고 있는데, 문제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었습니다.

사당역을 기준으로 우측에 예술의전당이 있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지요.
사당역 지나 봉천동 방면으로 가는데 아무리 가도 안나옵디다.

결국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U턴하라는 명령을 받고 힘겹게 유턴...도사리고 있는 것은 마의 언덕길. 

3차선으로 간신히 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호에 멈춰선 뒤로 시동이 푹 꺼져버리는 겁니다.

으악...어떡해!!!!!!

침착, 침착...시동을 몇 번씩 걸어보는데, 왠일로 제 뒤에 차들이 없었는지 아니면 불쌍해서 알아서 돌아갔는지...빵빵거리는 차들이 한 대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두어번 꺼뜨렸던 것 같은데 말이죠.

결국 한 15~20분이면 갈 거리를 50분은 걸린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스틱에 맛을 들여서 스타렉스도 몰게 되고 (몇 번 사고도 치고), 나중에 중고로 70만원 주고 구입한 차도 스틱이었고, 비록 지금은 오토를 몰지만 그래도 스틱이 그립습니다.